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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물류난에 4배 올랐던 머스크 주가…홍해대란 '호재' 되나

정실장의 해외선물 2024. 1. 19. 09:24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
홍해 물류대란에 한달 새 해운 운임 2배
"지속 시 2022 물류대란 운임 회복" 기대
내년 MSC와 2M 동맹 해체
비전 엇갈려
1위 노리는 양사 간 운임 경쟁 가능성도


하늘색 바턍에 흰 7각별 로고를 기다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의 상징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여파가 전세계 최대 물류 통로인 해운업을 뒤흔들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거듭 공격하면서 머스크 등 해운사들은 이곳을 우회하고 있다. 배송 기간이 길어지자 기업들은 목을 빼고 머스크 컨테이너선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고객사에게 불확실성을 가져다주지만 머스크에게는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해운업계의 시각이다. 물류 대란이 운임을 높여 머스크 주가를 폭등시킨 사례도 있다.

 

홍해 물류난에 운임 두달 새 두배로

 

머스크 주가는 16일(현지시간) 덴마크 증시에서 연초 대비 3.41% 오른 1만3355덴마크 크로네에 거래됐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머스크 항저우호를 공격한 지난 1일 머스크는 홍해 운항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머스크 주가는 6.4% 올랐다.
머스크 주가가 오른 것은 홍해 물류망이 마비되며 전세계 해운 운임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206.03으로 두달 전보다 101% 상승했다. 해운업체들이 홍해가 아닌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가는 경로를 택하면서 연료와 보험 비용이 늘었다.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유럽-아시아 운항을 기준으로 거리는 약 9000㎞ 멀고 시간은 7~10일 더 걸린다. 항해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용 선박 수가 줄어든 것도 운임 상승 요인이었다.

해운업계에서는 홍해 물류난이 장기화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호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물류회사 OL USA의 앨런 베어 최고경영자(CEO)는 “더 높은 운임이 3~6개월 이어진다면 수익은 천천히 2022년 수준에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친 2022년 초 줄어든 해외여행 수요에 반비례해 국제 배송량은 폭증했다. 이를 운반할 항만 노동력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국 상하이 등 항만이 컨테이너선으로 가득 찼다. 병목 현상은 컨테이너선 운임과 머스크 주가를 함께 끌어올렸다. 당시 SCFI는 역대 최고치 5109.6을 기록했다. 현재의 2배가 넘는다. 머스크 주가는 2020년 3월 5800크로네에서 2022년 1월 2만4020크로네로 4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약 2배 오른 S&P500 지수보다 상승 폭이 컸다.

 

 

내년 2M동맹 해체로 운임 경쟁 발생할 수도

 

121년 역사의 해운업 공룡 머스크는 내년이면 큰 분기점을 맞는다. 10년간 이어진 해운업 양대산맥 MSC와의 '2M동맹'을 종료하고 각자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이 1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머스크의 미래도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1904년 덴마크 남서부 스벤보르시에서 증기선 기관사 아놀드 피터 몰러가 창립했다. 1차 세계대전 시기 무역과 해운 호황에 힘입어 중개·조선·유조선 무역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럼에도 1928년 머스크 중개 노선은 미국 일본 필리핀을 오가는 1개 노선뿐이었다.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머스크 항저우호가 2018년 7월 네덜란드 웨스터셸데의 비엘링겐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항저우호가 지난해 말 후티 반군에게 공격당한 뒤 머스크는 홍해 운항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머스크가 글로벌 해운사로 발돋움한 것은 컨테이너의 발명 이후다. 화물을 규격화된 컨테이너에 실어 적재·운반하는 방식이 1970년대 본격 도입되면서 국제 무역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머스크는 1975년 완전 컨테이너선을 도입한 뒤 1990년대 40개국, 2000년대 100개 이상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해운업체로 거듭났다.


2015년 머스크는 해운업을 뒤흔들 소식을 발표한다. 시장 1위 업체인 MSC와 함께 '2M 동맹' 결성을 발표한 것이다. 2022년 기준 MSC와 머스크는 각각 시장 점유율 18.6%, 15.3%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10년 간 아시아-유럽 항로와 태평양 항로에서 공동운항하며 세계 해운업 3분의1이 넘는 점유율을 지켜냈다.

내년 1월이면 2M동맹은 해체된다. 10년 기한의 제휴가 끝나는 '예고된 이별'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휴를 연장하지 않는 이유를 두 기업의 엇갈린 비전에서 찾고 있다. 머스크는 항공, 철도까지 사업을 넓혀 종합 물류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반면 MSC는 해운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동맹 해체로 인해 1위를 차지하기 위한 두 기업 간의 운임 인하 경쟁이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