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소식

모든 예상 다 넘은 MS, 클라우드에 좌초한 알파벳

정실장의 해외선물 2023. 10. 25. 09:16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24일(미 동부시간) 아침 0.4~0.6% 수준의 강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내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오늘은 장 마감 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투자자 관심이 실적에 집중된 가운데 개장 전부터 코카콜라, 3M, GE, GM, 스포티파이, 다우, 다나허, 버라이즌 등 주요 기업이 예상보다 나은 3분기 실적을 쏟아냈습니다.

코카콜라(+3.2%)는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0.74달러와 매출 119억1000만 달러를 내놓아 월가 예상(0.69달러, 매출 114억4000만 달러)을 넘어섰습니다. 환율 등의 영향을 제거한 3분기 유기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습니다. 추정치 7% 증가를 웃돌았습니다. 가격 인상 등에 따른 효과가 9%포인트를 차지했지만, 기본 판매량도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예측 1% 성장보다 나은 것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높였습니다. EPS가 2.65달러~2.68달러에 달해 월가 컨센서스인 2.64달러보다 높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3M(+5.28%)은 3분기 조정 EPS 2.68달러(예상 2.34달러), 매출 83억 달러(79억8000만 달러)로 역시 예측보다 높은 수치를 공개했습니다. 역시 올해 EPS 가이던스를 기존 8.60~9.10달러에서 8.95~9.15달러로 높였습니다.

스포티파이(+10.36%)는 EPS가 0.33유로로 적자 예상(-0.22유로)을 뒤집었고, 매출도 33억6000만 유로로 추정치(33억3000만 유로)를 상회했습니다. 특히 3분기에 600만 명의 새로운 유료가입자를 새로 유치해 월가 기대 400만 명을 크게 넘었습니다. 지난 분기에 가격을 10% 올렸는데도 가입자가 더 늘어나 흑자 전환한 것입니다.

GM은 1년 전보다 5.4% 증가한 441억 3000만 달러(예상 430억 1000만 달러)의 매출과 주당 2.28달러(예상 1.84달러)의 조정 EPS를 보고했습니다. 예상보다 좋았지만, 주가는 2.26% 하락했습니다. 파업과 관련해 매주 거의 2억 달러씩 세전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며 기존 가이던스를 철회한 데다, 오후엔 캘리포니아 자동차 당국이 GM 산하 크루즈에 대해 자율주행 차량이 "공공 안전에 불합리한 위험을 초래했으며 공공장소 운행에 안전하지 않다"라며 무인 주행과 시험 주행 허가를 정지시킨 탓입니다.

 

GM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은 주가가 급등해 증시 상승세를 지원했습니다.


중동의 불안감도 조금씩 가라앉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와 이집트 등은 하마스와 가자지구에 억류된 다수의 '인질 석방'을 놓고 협상하고 있습니다. 또 이스라엘은 이를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며칠간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하마스가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면 임시 휴전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브렌트유는 2% 내려 배럴당 88.07달러에, 서부텍사스원유는 2.1% 하락한 배럴당 83.7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국제유가는 3거래일 연속 떨어졌습니다.


밤새 중국에서 들려온 소식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8%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3월 3%에서 높인 것입니다. 4분기에 1조 위안(GDP의 0.8%)에 달하는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또 시진핑 국가주석은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방문했습니다. 경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됐습니다.

금리도 안정적 모습을 보였습니다. 새벽에 유럽에서 S&P 글로벌이 발표하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자 유럽 주요국의 금리가 3~5bp씩 하락했습니다. 유럽의 합성 PMI는 9월 47.2에서 10월 46.5로 떨어져 35개월 내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제조업 PMI는 43.4에서 43.0으로 내렸고, 서비스업 PMI는 9월 48.7에서 47.8로 하락해서 32개월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미국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아서 개장 직후 전반적인 수익률은 소폭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2년물 등 단기물은 약간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10년물 등 장기물도 시간이 흐르자 강보합세를 보이기도 했고요. 그동안 장기물 중심으로 오르던 채권 수익률이 오늘 단기물 위주로 상승한 것은 51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국채 경매가 예정되어 있어서 였습니다. 워낙 수급 불안이 큰 상황이어서 불안정한 투자 심리가 2년물에 반영된 것이죠.

아침 10시 증시 상승 폭은 더 커졌습니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미국의 PMI가 개선된 덕분입니다. 합성 PMI는 9월 50.2에서 10월 51로 상승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49.8에서 50으로 올랐고, 서비스 지수는 50.1에서 50.9로 높아졌습니다. 두 지수 모두 예상을 넘었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걸 넘으면 경기 확장, 그 밑이면 경기 위축 국면을 가리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확장 국면에서 좀 더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입비용은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상품 및 서비스 평균 판매 가격은 2020년 6월 이후 가장 작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걱정도 거의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S&P 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10월의 개선된 업황은 연착륙에 대한 희망을 높인다. 10월 지수는 최근 몇 달간 하락하던 가운데 나타난 낙관적 지표로 4분기 초에 나온 좋은 소식이다. 지정학적 우려 증가와 국내 정치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생산 기대치도 높아져 거의 1년 반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판매 가격은 팬데믹 이전 장기 평균에 가깝고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달 내로 미 중앙은행(Fed)의 2% 목표에 가깝게 낮아지는 방향과 일치한다. 다만 중동의 긴장은 성장의 하방 위험과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을 초래하는 새로운 불확실성"이라고 덧붙였습니다.

 

PMI가 나온 뒤 주가와 채권 수익률, 달러가 모두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으로 향하고 있다는 데이터이니까요.


그러나 오후 12시부터 주가는 상승 폭을 줄이더니 오후 1시께 보합세로 되돌아갔습니다. 오후 1시 2년물 경매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커진 탓이었죠. 그런데 경매 결과는 이런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발행 금리는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와 정확히 같은 5.055%로 결정됐습니다. 응찰률은 2.636배로 지난 6회 평균 2.82배보다 낮았지만 모든 물량이 시장 금리 수준에 소화된 것입니다.


2년물 경매 결과가 나온 뒤 채권시장은 안정됐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4시 20분께 2.6bp 내린 4.812%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3.5bp 상승한 5.097%를 기록했습니다.

증시는 환호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다시 장중 고점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62%, S&P500 지수는 0.73% 올랐고 나스닥은 0.93%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지수는 5거래일 만에 올랐고, S&P500지수는 6거래일 만에 상승했습니다.

완전히 안심할 때는 아닙니다. 오늘 2년물 국채 입찰에 쏠린 관심을 보면 시장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채권시장의 불안은 기간 프리미엄 확대로 인한 장기 금리 상승에 기인합니다. 그리고 내일 520억 달러 규모의 5년물 입찰, 목요일 38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경매가 이어집니다. 오안다는 "2년물 국채 경매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수요는 간접(62%), 직접(20.3%), 딜러(17.6%)로 분류되어 1년 평균과 일치했다. 수익률 곡선의 뒤쪽(장기물)으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내일 5년물 경매는 더 큰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채권시장의 수급은 계속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LPL리서치는 "최근 국채 수익률 상승(채권 가격 하락) 움직임은 가차 없었고, 중장기 채권이 급락 직격탄을 맞았다. 7월 말 이후 10년물 수익률은 90bp 이상 올랐고, 30년물은 100bp 이상 상승했다. 일부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변화로 설명될 수 있지만, 일부는 기간 프리미엄의 증가로 인해 수익률이 높아졌다. 경제 이론에 따르면 국채 수익률 곡선의 각 채권은 해당 만기 동안 예상되는 기준금리에 기간 프리미엄을 더하거나 뺀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간 프리미엄은 만기가 긴 국채를 소유하는 데 대해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보상이다. 이는 수요공급 역학, (주요 투자자) 외국 중앙은행의 기대,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 등에 따라 결정된다. 사실 지난 7월 말 미 재무부가 분기 국채 발행 발표(QRA)에서 새로운 국채를 얼마나 많이 발행할지 시장을 놀라게 한 뒤 기간 프리미엄이 극적으로 증가했다. 다음 QRA는 10월 30일에 발표된다. 재무부가 또다시 예상보다 많은 국채 발행을 예고해 시장을 놀라게 한다면 기간 프리미엄이 계속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간 프리미엄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대체로 마이너스였다.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하락하고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국채를 사들이던 때였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조건은 약해졌고 국채 공급이 수요를 계속 넘는다면 기간 프리미엄은 실제 더 높아질 수 있다. 과거 정상적 수준은 100bp로 현재 50bp 수준의 두 배에 달한다. 이는 계속 채권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기간 프리미엄이 높아진다면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도 과거 기간 프리미엄이 없었을 때만큼 수익률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는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요. 월가 시각을 종합하면 단기적으로는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경기 둔화로 인해 하락할 것이란 겁니다. 씨티그룹은 최근 10년물 금리에 대한 연말 전망치를 높였지만 4.5%로 올렸고요. JP모간은 4.20%에서 4.7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꾸준히 더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며 5.1~5.25% 부근에서 강한 저항을 예상합니다. 골드만삭스의 연말 전망치는 4.3%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국채 금리가 미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라는 기사에서 "미국 경제 둔화를 위협하는 요인 중에 금리 급등도 추가됐다. 최근 10년물 국채 금리는 5%에 도달했다. 이는 모기지, 신용카드, 자동차 구매 외 기업 대출을 포함한 수많은 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상당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는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리야드에서 주최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uture Investment Initiative)에는 월가 빅샷들이 줄줄이 참석했습니다. 제이미 다이먼은 "재정 지출이 어떤 평화로운 시기보다 많으며 중앙은행과 정부가 모든 것을 전지전능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거 같다. 나는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조심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준금리가 25bp 올라가는 건 별 차이가 없을 거 같다. (그러나) 채권 수익률 곡선 전체에서 100bp가 올라가는 건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길지는 알 수가 없지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블랙스톤의 스티브 슈워츠먼 설립자는 1973년에 발생했던 욤 키푸르 전쟁을 간략하게 언급하며, 그 뒤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마감 뒤 발표된 MS와 알파벳의 실적은 역시 월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핵심 성장동력인 클라우드 사업에서 명암이 갈린 탓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 EPS 2.99달러 (예상 2.65달러)
- 매출 565억 달러 (예상 545억 달러)
- 클라우드 매출 318억 달러 (예상 311억9000만 달러)
-지능형 클라우드 매출 242억6000만 달러 (예상 236억1000만 달러)

MS는 모든 수치에서 월가 예상을 넘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습니다. 추정을 뛰어넘는 수치이며, 전년 동기(+11%)보다 더 크게 성장했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의 매출은 24% 늘어났고, 이중 핵심인 애저(Azure) 클라우드는 29% 성장했습니다. 지능형 클라우드는 MS의 AI 관련 기술력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순이익은 27%나 늘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코파일럿(AI 기능)을 통해 우리는 모든 사람과 기업을 위한 AI 시대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MS의 주가는 실적 발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약 4% 상승했습니다. 올해 들어 주가는 38% 오른 상태입니다.

▶알파벳


- EPS 1.55달러 (예상 1.45달러)
- 매출 766억9000만 달러 (예상 755억4000만 달러)
- 클라우드 매출 84억1000만 달러 (예상 86억 달러)
- 구글 광고 매출 566억5000만 달러 (예상 589억4000만 달러)
- 유튜브 광고 매출 79억5000만 달러 (예상 78억 달러)

알파벳의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28%로 3%포인트나 개선됐습니다. 두 자릿수 매출 증가는 지난 4개 분기 동안 한 자릿수 성장을 이룬 후에 나온 것입니다. 광고 사업이 지난 1년 중 그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 결과입니다. 회사 측은 "구글 검색 및 유튜브의 의미 있는 성장과 클라우드 사업의 모멘텀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76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업의 근본적 강점이 3분기에 다시 나타났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시간 외에서 6% 이상 급락했습니다. 문제는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이 22%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매우 높은 성장률이긴 합니다. 하지만 MS와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MS의 클라우드 사업 규모는 알파벳보다 네 배가량 큰 데 성장률은 24%에 달합니다. 이와 비교하면 알파벳의 클라우드 사업이 MS에 밀리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클라우드 사업은 AI의 전쟁터입니다. 클라우드 사업의 영업이익도 2억6600만 달러로 월가 기대 4억336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포트폴리오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리 먼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알파벳 주식이 계속 상승하기를 원한다면 클라우드의 수익성이 높아져야 한다. 이것은 삼류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우리는 이게 돈이 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굉장히 좋은 실적에도 투자자 반응이 차가운 것은 오늘 정규 장(1.69%)을 포함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주가가 약 56% 상승하는 등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MS와 알파벳의 실적 콘퍼런스콜이 진행될 무렵, 워싱턴DC에서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늘 공화당 내부 투표에서 117표를 득표하면서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뽑힌 톰 에머 원내 수석부대표가 몇 시간 만에 후보직을 사퇴한 것입니다. 여전히 20여 명이 의원들이 그의 의장 선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뿔소'(RINO)라며 "에머에게 투표하는 것은 비극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직후였습니다.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해임 이후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가 낙마한 것은 이번이 3번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