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소식

GDP 하향 조정+고용 증가 둔화…"나쁜 뉴스"에 상승 지속

정실장의 해외선물 2023. 8. 31. 09:40

뜨거웠던 미국의 경제가 약간 식고 있습니다. 30일(미 동부시간) 고용정보업체 ADP가 발표한 8월 민간고용 수치가 예상을 밑돌았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애초 발표됐던 것보다 하향 수정됐습니다. 어제는 7월 구인 이직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수치가 880만 건으로 감소하고, 8월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는 예상을 크게 밑돌았었죠.

경기 둔화는 기본적으로 '나쁜 뉴스'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나쁜 뉴스'는 아닙니다. 차갑게 식고 있는 게 아니라 뜨거운 상태에서 적당히 식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적당히 나쁜 뉴스'는 당장 치솟던 금리를 가로막았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원하는 경기 둔화, 그리고 이에 따른 금리 하락에 뉴욕 증시는 어제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증시 반응은 어제보다는 미적지근했습니다. 경기가 적당히 식다가 말면 연착륙이 이뤄지겠지만, 이런 하락 속도가 이어지면 자칫하면 경기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 8시까지만 해도 뉴욕 채권 시장의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유럽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높았던 탓입니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8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되었는데요. 스페인의 헤드라인 CPI는 2.4%(전년 대비)로 7월 2.1% 상승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달 연속 상승세입니다. 에너지와 음식물을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7월 6.2%에서 8월 6.1%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예상인 6.0%보다는 높았습니다.

 

독일에서는 8월 헤드라인 CPI가 6.4%로 집계되어 전달 6.5%보다는 낮아졌지만 예상치 6.3%보다는 높았습니다. 전월 대비로도 0.4% 올랐는데 역시 전달 0.5%보다는 둔화했지만 예상치 0.3% 상승보다는 더 올랐습니다.


유럽의 물가가 다시 반등하거나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금리가 상승했습니다. 이는 미국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아침 한때 전날보다 3.4bp 뛴 4.159%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침 8시 15분부터 미국 데이터가 줄줄이 쏟아지자 금리 상승세는 곧바로 꺾어졌습니다.


① ADP 민간고용 둔화

 

ADP가 발표한 8월 민간고용은 전월보다 17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개월 만에 가장 적은 일자리 증가입니다. 예상 19만5000명 증가도 밑돌았습니다. 고용 둔화 신호가 또 나온 것이죠. 다만 7월 민간고용 수치는 기존 32만4000개에서 37만1000개로 상향 수정됐습니다.

임금 상승률도 둔화했습니다. 8월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5.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전달 6.2%보다 낮아졌을 뿐 아니라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이직자의 임금 인상률도 9.5%로 떨어졌습니다. 이직자 인상률은 지난달까지 지속해서 10%를 웃돌았었습니다.
넬라 리처드슨 ADP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수치는 팬데믹 이전의 고용 창출 속도와 일치하는 수준"이라며 "팬데믹 이후 2년 동안 예외적인 고용 회복세가 나타났지만, 이제는 좀 더 지속 가능한 고용과 임금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ADP 수치는 통상 변동성이 크고, 노동부의 공식 고용보고서와는 차이가 납니다. 골드만삭스는 ADP 수치가 발표된 뒤 "금요일 발표될 8월 비농업 신규고용 예측치를 콘센서스보다 낮은 14만9000개 증가로 그대로 유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② 낮게 수정된 2분기 GDP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GDP는 1분기에 비해 연율 2.1%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애초 발표된 속보치(2.4%)가 하향 수정된 것이죠. 미국은 GDP를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세 번에 걸쳐 발표하는데, 오늘 수치는 잠정치입니다.

민간 재고(0.14%→-0.09%)와 비거주용 고정투자(0.83%→0.66%)가 기존 추정보다 낮아진 게 GDP 하향 수정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순 수출도 증가율을 낮추는 데 일조했습니다. 반면 개인소비지출(PCE)은 1.6% 증가에서 1.7% 증가로 높아졌습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여전히 좋은 것이죠. 정부 지출도 상향 조정(0.45%→0.58%)됐습니다. 정부 지출이 아니었지만 2분기 GDP는 2.0% 미만으로 떨어졌을 수 있습니다.


2분기 GDP 추정치가 낮아진 건 Fed에게 긍정적 소식입니다. 경기가 생각보다 덜 뜨겁다는 얘기니까요. 그렇지만 장기 추세 성장률(1.8% 수준)보다 높고, 1분기(2% 증가)보다 좋습니다. 인플레이션도 기존 추정보다 둔화했습니다. 2분기 근원 PCE 물가는 3.7% 올라 속보치(3.8% 상승)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웰스파고는 "전반적으로 속보치보다 기본 GDP 구성 요소에 대한 주요 수정 사항은 없었다. 오늘 데이터는 미국 경제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실질적으로 바꾸지 않는다. 들어오는 3분기 데이터는 경제가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둔화하는 조짐을 보여준다. 하반기 동안 경제가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③ 잠정 주택판매 살아났다?


7월 잠정 주택판매 수치는 전달보다 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월(0.4% 증가)이나 예상치(1% 감소)보다 나은 것이죠. 하지만 전년 대비로는 14% 감소한 상태입니다. 또 주택 데이터는 변동성이 큽니다. 전미부동산협회(NAR)의 로렌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가 늘고 있어서 주택 구매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모기지 금리 상승과 제한된 매물로 인해 많은 사람의 구매 가능성이 일시적으로 방해받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전 8시 15분 ADP 데이터에 내림세로 접어든 금리는 오전 8시 30분 GDP가 낮아진 것으로 나오자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4.83%까지, 10년물 금리는 4.09%까지 밀렸습니다. 모두 8월 11일 이후 최저치입니다. 다만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여전히 3분기 5.9% 성장을 가리키고 있고, 잠정 주택판매 수치에서 주택 시장 반등 조짐이 나타나자 하락 폭은 제한됐습니다. 결국, 오후 4시께 10년물 금리는 0.6bp 떨어진 4.116%, 2년물은 0.4bp 내린 4.886%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혼조세로 출발했지만, 오전 10시 GDP 발표가 나온 뒤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다우는 0.11%, S&P500 0.38% 올랐고 나스닥은 0.54% 상승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4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다음 달 12일 아이폰15 공개 행사를 예고한 애플은 1.92% 상승했습니다. 엔비디아는 0.98% 상승한 492.64달러를 기록해 다시 종가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멜리우스 리서치의 벤 라이츠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주가수익비율(P/E)이 내년 실적 대비 28배에 불과하다며 목표주가를 730달러로 상향했습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0.11% 하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남부지검이 테슬라가 특수유리 등 구하기 힘든 건축자재를 사면서 수백만 달러의 회사 자금을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건축자재는 텍사스 공장 인근에 일론 머스크가 쓸 주택 건축 등에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경제 데이터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2분기 GDP나 JOLTS 보고서처럼 애초 발표 때는 좋았지만 크게 하향 수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씨티의 미국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Citigroup Economic Surprise Index)는 이달 초 80을 돌파했지만 최근 내림세를 보이더니 43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미국 경제는 당분간은 괜찮을 것입니다. 워낙 뜨거운 상태였고, 둔화 속도가 놀랄 정도는 아닙니다. 적당히 식고 있지요.

▶칼슨그룹의 소누 바르게스 거시 전략가는 "‘나쁜 소식은 좋은 뉴스’라는 유형의 증시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이는 투자자들이 Fed의 통화정책과 금리에 대해 걱정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다. 이럴 때 경제 데이터가 부드러워지면 금리 상승 압력이 줄어들고 이는 주식에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플랜트 모란 자문의 짐 베어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경제는 어딘가의 중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이 경제가 Fed의 긴축정책을 끝낼 수 있는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이는 적어도 잠시 동안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제이 우드 전략가는 "8월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을 동안 경기 방어 부문이 뒤처지고 있다. 이는 8월의 매도가 대체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조정이 긴 조정이나 하락장의 시작이라고 봤다면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 방어 주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나았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달 들어 어제까지 유틸리티 업종은 5.3%나 하락했고, 필수소비재도 3.5% 떨어졌습니다. 8월에 가장 성과가 좋은 부문은 에너지로 1% 상승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월가 컨센서스는 9월에 증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우리는 반대로 본다. S&P500 지수가 9월에 2~3% 추가 상승해 4600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1950년 이후 S&P500 지수가 그해 8월 말까지 15% 이상 상승했을 경우가 일곱 번 있었는데, 그러면 9월에 상승한 적이 여섯 번(확률 86%)이고 평균 수익률은 2.9%였다는 것입니다. 또 9월부터 연말까지는 상승확률이 100%였고, 수익률은 평균 8.7%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나쁜 뉴스가 언제까지 좋은 뉴스가 될 수는 없습니다.


▶CNBC의 마이클 산톨리 주식 평론가는 "결국 나쁜 뉴스는 언제나 나쁜 뉴스가 된다. 당신은 이런 경제 데이터의 약화를 오랫동안 기대할 수는 없다. 경기 과열을 두려워하거나 Fed가 더욱 공격적으로 변할 때만 경제 약화를 바랄 수 있다. 항상 경기 침체로 가는 길에 연착륙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뭔가 큰 충격이 없는 한 거의 항상 그런 때가 있는 것 같다. 그걸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경제 데이터가 굉장히 좋은 수준에서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거시 측면에서 괜찮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뭔가 침체의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는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데이터가 증가하는 경기 침체 위험을 따라잡을 여지가 많으므로 나쁜 뉴스에 의한 주식 랠리는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BCA리서치는 "씨티와 블룸버그의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정점을 지났고 이는 추가 하락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최근 미국 주식 비중 확대에 대한 의견을 바꿨고 현재는 전술적으로 주식, 채권 및 현금 비중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채권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블룸버그 TV에서는 금리 향방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금리 논쟁도 결국은 경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안 링겐 채권 전략가는 "미 국채 10년물에 대해 '미친 듯이 매수'(Screaming Buy)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으로 10년물 수익률의 경로는 더 낮아지리라 생각한다"라는 겁니다. 링겐은 "어제 발표된 JOLTS 데이터, 소비자신뢰지수 등을 보면 Fed의 금리 인상이 마침내 경제에 냉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라면서 "10년물 수익률은 쉽사리 올해 3.5~3.75% 범위에서 마감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3%로 예상한다"라고 관측했습니다. 특히 그는 "금요일 8월 고용보고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Fed의 긴축에 따른 지연 효과가 마침내 올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이란 주장을 입증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우리는 10년물 수익률 4%가 주식에 좋다고 생각한다. 3.8%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금리가 그렇게 하락하기 시작하면 주식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투자자들이 잠재적인 경기 침체 위험이 있는지를 가격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UBS의 솔리타 마르셀리 미국 CIO는 “소비자와 미국 경제가 2024년까지 상당히 회복력을 유지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제한적이며(얼마나 제한적인지는 논쟁이 있지만) 이는 다음 분기의 소비자 지출과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펀더멘털하게 중립 금리와 금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에 논리적 근거가 있다고 해도, 경기 둔화로 인해 장기 금리는 연말까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